잠 오지 않는 밤
해야 할 일은 빽빽이 쌓여 머리를 누르는데, 뇌 속 공터는 답답한 생각이 메워서인지
잠은 오지 않고 죄책감만 쌓여가는, 경험하기 싫었던 밤이다.
잠을 멀리 보내고 일을 시도하기에 잠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따뜻하기에 잠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그저 꾸벅 꾸벅 졸면서 슬픔을 누리는 밤이다.
내가 이런 슬픔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그동안 해왔던 것의 결과기에 겸허히 주어진 나의 밤을 받아들이겠다.
하루의 끝이 왔다는 생각에 미루고 또 미뤘던, 골똘히 생각해야하는 문제들을 꺼내고, 후회하고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던 과거의 자신은 이제 없다.
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지 못한 자에게 밤이란 지옥과도 같은 것.
밤이란 오늘 하루를 열정으로 채웠느냐를 물어보는 지옥의 염라대왕과 같은 것.
이러한 재판에서 패배한 나는 '어제의 나'라는 족쇄를 차고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나의 밤에 따스함이 있더라면, 나의 하루에 열정이 있었더라면, 혼자 고뇌하며 심각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면,
모든 지옥같은 밤의 처형식따위 받지 않아도 될텐데. 이런 것 조차 갖추지 못한 나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밤도 별똥별 눈물을 흘리는데, 나라고 안흘리란 법 있겠나. 그저 고통을 감내하고 사는 것 뿐.
내일의 밤은 따스함이 있기를, 내일의 하루는 열정으로 가득 찼기를, 답답해 보였던 밤의 색이 고요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으로 보이기를 기원하며, 오늘의 어리석은 '나'란 사람은 내일에 '나'에게 '나'란 족쇄를 물려주고 슬픈 밤을 청할 뿐이다.
어린 밤, 젊은 밤, 늙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