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전체 글266

신이라는 이름 ―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다시 읽기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다시 읽으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그의 신 존재증명을 정말로 하나의 완결된 ‘증명’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스피노자는 실체의 본성에는 존재가 속한다고 말하고, 절대적으로 무한한 실체가 신이라면 신은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그 과정은 지나치게 빠르다. 실체와 존재 사이에는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간극이 있고, 무한성과 단일성 역시 몇 개의 정의와 공리만으로 곧바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스피노자의 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의 논증은 허술하지만, 그가 도착했던 자리는 생각보다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칸트가 형이상학의 월권을 막기 위해 세워놓았던 현상과 물자체의 구획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2026. 8. 30.
시크 증후군 우리 시대에는 자신의 내면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사람에게 묘한 매력이 부여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선뜻 말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마음이 있어도 그 흔적을 좀처럼 내보이지 않으며, 상처나 결핍이 있더라도 그것의 전모를 설명하지 않는 사람. 그에게는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깊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분위기가 된다. 그래서 때로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보다 감정을 감추는 방식이, 욕망의 내용보다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이 한 사람의 매력을 결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침묵이나 절제 그 자체가 아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오히려 오늘날 특유의 세련됨은 무언가가 있음을 은근히 내비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끝내 보여주지 않는.. 2026. 8. 29.
신화와 신 인간은 모든 것을 가지려 하고, 신은 모든 것을 주기 위해 먼저 모든 것을 빼앗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항상 예측하고, 기대하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희망적 생각들을 발산하며, 그것이 현실 속에 꼭 일어나기를 바라왔다. 그러나 인간이 올바르게 자신의 운명을 예측해왔던 적이 과연 있던가? 인간은 그 자신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운명에 대한 불안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그러한 불안은 단 한순간도 완전히 나아진 적이 없었다. 단지 도래할 메시아적 사건에 대한 희망이 그 불안을 가리고 있었을 뿐이다.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알고 싶어했고, 자신의 삶이 어떠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미래는 인간에게 한 번도 완전히 주어진 적이 없다. 미래라는 것은 언제나 아직 오지 .. 2026. 8. 19.
원죄 -문성환-뉘우치며 살아야 한다잃어버림에 관한 첫 죄에 대해인류라는 물건들은죗값을 치렀다 생각할 어느 무렵다시금 선고되는 옛적의 형량대속될 수 없는 신의 무게로간직하며 살아야 한다,그 모든 늦어버린 것들에 대하여살해에 관한 그 모든 혐의들에 대하여 2026. 8. 17.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