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사건들이 축적되어 하나의 지층화된 세계를 형성하고, 그 세계가 비로소 하나의 전체로 파악될 때 과학은 발생한다. 그러나 언제나 지층이 단순한 흙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층은 단지 물질적 퇴적이 아니라, 사건과 의미, 반복과 균열이 응고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식은 언제나 이러한 지층에 대한 지식, 곧 세계를 하나의 질서와 전체성으로 조직하려는 과학적 형식을 띤다. 그러나 모든 과학은 자신의 내부에 문학적 균열들을 품고 있다. 과학은 세계를 봉합하고 체계화하려 하지만, 그 체계는 언제나 자신이 끝내 포섭하지 못한 사건성과 잔여를 남긴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은 결코 순수한 체계가 아니며, 언제나 신화적이다.
현-존재의 “세계”는 과학이다. 그것은 이미 의미화되고 구조화된 총체로서의 세계이다. 반면 존재의 세계는 문학이다. 존재는 완결된 체계로 주어지지 않으며, 균열과 은유, 낯선 사건과 정동의 형태로 출현한다. 그러므로 문학은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과학적 세계 내부에서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존재의 증상이다.
이해는 언제나 문학을 매개한다. 실존은 곧 문학성이다.
728x90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대들은 무너질 자신이 있는가 (0) | 2026.05.10 |
|---|---|
| 존재 (0) | 2026.04.24 |
| 그것이 있던 자리에, 내 삶이 타자의 욕망에 의해 주어진 곳에서, 나는 존재해야 한다. (0) | 2026.04.18 |
| 모든 요구는 궁극적으로 사랑에 대한 요구이다. (0) | 2026.04.18 |
| 모든 요구는 궁극적으로 사랑에 대한 요구이다. (1) | 2026.04.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