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농은 폭력적 상황이 알제리인의 정신 장애, 광기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파농은 따라서 진정한 치료를 위해서라면 폭력적 상황, 즉 병적 사회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정신과 의사는 환자 개인의 관심을 넘어서 인간 자유,해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처럼 파농은 정신질환과 병적 사회의 관련점에 집중했다.
정상인의 기준과 비정상인의 기준은 모호하며, 무엇이 정상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병든 사회라면 사회에 잘 적응한다는 의미에서 건강한 사람이 오히려 훨씬 더 병들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정신증세가 더 비중있는 광기인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방대한 자료로 광기의 개념 생성을 추적한다. 푸코에게 있어 광기는 병이 아니며, 이성 중심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적 인식과 특성의 한 요소였을 뿐이다.
(2)
푸코의 광기에 대한 시각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광범위한 자료를 관통하고 있다. 그중 푸코의 주목 사건은 2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1556년 대감호 사건으로 방탕자,범죄자,광인을 한 곳에 수용한 일이고 두번째는 18세기 근대적 정신 병원의 출몰이다. 푸코는 이러한 사건들이 광기를 질병화시켰다고 말한다.
중세와 르네상스만 해도 광기는 사회적 지평 아래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광기는 두가지로 나타났는데, 첫번째로는 악마, 세기말의 분위기 등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두번째로는 인간의 결함을 직시함으로써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나타났다. 르네상스인들에게 인간 결함이란 인간 이성이 극복할 대상이었다. 이를 봤을 때 르네상스는 이성에 의해 광기가 통제되기 시작한 시기로써, 인간성이 축소되고 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광기의 목소리가 완전히 억압되지는 않았었다.
(3)
17세기 데카르트는 사유와 광기를 대립적으로 보았다. 푸코는 이러한 데카르트의 생각이 대감호 사건에 근거를 심어줬다고 생각했다. 또한 광기는 비이성적 행동을 야기하여 사회 질서의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윤리적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로 광인들은 대감호에 수감되게 되었다. 이처럼 고전주의 시대에서 정상과 광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도덕적 규범을 따르느냐였다. 이렇게 대감호에 수용된 광기는 당연히 동물성,야만성을 표출했고, 다른 사람들이 광인에 대한 두려움을 생성했다. 이처럼 광기는 부정적 대상으로 치부되었다. 이성의 입장에서 이러한 비이성적 광기는 조화로운 이성적 질서를 위험에 빠뜨리는 대상이었다.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태동은 이러한 광기를 치료하기 위해서 태동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근대적 의미의 정신병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푸코가 봤을 때 이러한 심리학과 정신의학은 광기를 침묵하게 만들어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광기는 이성과 대립되는 것으로 꿈과 오류의 판단이 뒤섞여있는 상태로 간주되었다. 합리적 이성을 세계의 징후로써 본 근대의 관점에서, 이러한 광기는 세계의 징후가 아니므로 허무의 존재였을 뿐이다.
(4)
광기의 경험에는 "거대한 분리선"이 있다. 광기는 설명될 수 있는 어두운 미지의 영역이거나 설명될 수 있는 오류의 조건으로써 규명된다. 이러한 분리선에 따라 모든 분리의 형이상학적 구조의 틀에서 표현된다. 그런데 예술작품은 이러한 분리를 넘어서 광기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중요시되고 있다.
푸코는 작품의 부재로서의 광기를 말하는데, 작품으로 형상화된 광기는 광기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이렇게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광기의 작품은 부재하면서 존재한다. 작가는 광기를 이성에 의해 대상화하고 이성적인 언어의 질서 속에 편입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광기와 작품은 대립적이고 모순될 수밖에 없다.
광기는 희망 없는 모순과 절대적 분열, 고통스런 대립의 융합, 한계점의 한계경험을 표현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비이성은 우주적 차원의 모순, 고전주의 시대의 비이성은 존재론적 모순 그리고 근대적 이성은 인간학적 차원에서 모순을 드러낸다.
(5)푸코는 광기에 대한 4가지 의식이 있다고 말한다. 각각의 의식은 비판적 의식, 실천적 의식, 언술적 의식 그리고 분석적 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비판적 의식은 이성과 광기를 대립적으로 의식하는 것으로,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근거삼아 광기는 비난에 대상이 된다. 물론 이러한 경우 대화 가능성이 전제된다면 변증법적 발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두번째로 실천적 의식은, 광인이 사회규범을 위반하기 때문에 사회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의식이다. 세번째로 언술적 의식은 광인에 대한 즉각적 판단으로, 이론적 인식이나 가치판단 확인 없이 일어난다. 예컨데 "미친 사람이네"와 같은 발화가 이러한 언술적 의식에 포함된다고 볼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석적 의식은 지식과 과학의 영역에서 광기의 종류와 구조를 객관성의 표면 위로 올려놓는 것이다. 여기서 광기는 완전히 무시되고 소외되게 된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4가지 의식들의 변형일 뿐이라고 말한다. 17세기 18세기에는 비판적 의식을 바탕으로 실천적 의식이 나타났고, 19세기,20세기에는 분석적 의식을 바탕으로 광기의 진실을 제시하려 한 것 뿐이었다.
4가지 의식은 2가지 결과로 정리될 수 있는데, 이성과 비이성의 분리의 역사 그리고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나타난 비이성의 변주가 광기를 제한했다는 것 2가지이다. 이러한 4가지 의식은 광기의 올바른 인식을 막는다.
(6)
푸코는 광기의 고전적 인식, 원시적 치료법이 근대적 치료법(과학적 정신 의학)과 계보학적 연계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수용소에서 광인을 억압했던 것이 정신병원에서 광인을 억압하는 것으로 변모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푸코의 연구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데, 이성중심적 사회에 의해 억압된 타자, 우리와 전혀 다른 인간적 실존의 모습과 침묵의 언어를 파악하려는 저자의 철저하고 근본적인 시도 때문이다.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스트모던의 조건" - 1.컴퓨터사회의 지식 (0) | 2023.10.04 |
---|---|
의지의 존재론 (0) | 2023.10.01 |
믿음 철학 (1) | 2023.08.18 |
비트겐슈타인 [논고] (0) | 2023.08.10 |
사유노트 (1) | 2023.07.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