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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초월적 통각 X의 이중적 위상에 대한 고찰: 능력과 대상 사이에서

by 검은야망 2025. 5. 22.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의 재판 서문에서 인식의 가장 근원적인 조건으로서 ‘X’라는 기호를 도입하며, 판단이 가능하려면 주어와 술어를 결합시키는 어떤 통일의 원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의 X는 단지 미지의 어떤 실체가 아니라, 판단 일반이 성립하기 위한 형식적 전제이며, 모든 표상을 하나의 의식 아래 결합시키는 작용의 근거이다. 이 기능적 측면에서 X는 명백히 ‘초월적 통각’이라는 명칭 아래 사유된다. 그러나 이 통각은 동시에, 판단을 성립시키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표상으로도 직관될 수 없다는 점에서, 다시 하나의 ‘대상처럼 호출된 기호적 자리’로 나타난다. 칸트는 이를 ‘초월적 대상 X’라고 부르며, 인식의 한계를 구성하는 구조적 장치로 사유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통각의 위상을 본질적으로 양가적인 것으로 만든다. 통각은 형식적 능력으로서 모든 인식의 내적 통일성을 구성하며 주체의 자기 동일성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어떠한 경험 속에도 나타나지 않으며, 오직 사유의 조건으로서만 접근 가능하다. 반면 초월적 대상 X는 인식의 외부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모든 현상을 가능케 하는 판단 조건의 역기능적 표상이다. 요컨대, 통각은 인식 조건으로서 주체 내부에 위치하는 것처럼 작용하면서도, 그 자체로는 주체 밖에 있는 어떤 ‘X’를 호출하게 만들고, 초월적 대상 X는 인식 바깥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든 인식이 그 위에서 전개되는 구조적 중심이 된다.

결국 이 두 층위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동일한 기능이 다른 층위에서 재표현된 것일 뿐이며, 이는 곧 칸트가 ‘나는 생각한다’를 모든 표상에 부가하는 그 순간, 인식 주체가 자신의 한계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지점을 지시한다. 초월적 통각 X는 이처럼 판단의 내적 형식이면서도 항상 표상 바깥에 머무는 사유의 중심이며, 칸트 철학 내부에서 인식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교차하는 결정적인 지점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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