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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쇼의 죽음과 예술: 절대적 외부로의 탈존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의 사유에서 죽음은 단순한 소멸이나 개인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사물성으로부터 이탈하는 동시에, 내부로 회귀하지 않는 절대적 외부성으로의 탈존이다. 블랑쇼에게 죽음은 단순한 생물학적 종료가 아니라, 존재를 동일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근본적인 운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탈은 들뢰즈적 탈주선과 같이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외부로 밀려나가는 비가역적 과정이다. 즉, 죽음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동일성으로 다시 고정되지 않는 부정성의 지속이다.블랑쇼의 죽음 개념은 니체의 영원회귀와도 차이를 보인다. 니체에게 영원회귀는 삶을 긍정하는 방식이지만, 블랑쇼에게 영원회귀는 존재가 절대적 외부로 이끌리는 과정 자체를 긍정하는 것이다. 이때 긍.. 2025. 3. 13.
사르트르의 시선 개념에 대한 비판적 고찰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존재와 무』에서 타자의 시선이 주체를 객체화하며, 이를 통해 주체는 자신의 존재를 의식한다고 주장했다. 즉, 타자의 시선은 주체를 자유로운 존재에서 벗어나 하나의 대상(object)으로 정립하게 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타자의 눈에 비친 나’를 인식하는 존재로 변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선 개념은 철저히 분석적이며 과학적 도식을 따르는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시선이 내포할 수 있는 근원적이고 유혹적인 차원을 간과하고 있다.사르트르의 시선 개념이 지닌 문제점은 그것이 주체를 객체화하는 도구로만 이해된다는 점이다. 그는 시선의 작용을 권력 관계 속에서 해석하며, 주체가 타자의 시선 속에서 굳어지는 과정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재의 경험에서 시.. 2025. 3. 12.
눈빛 *그의 눈빛이 오늘따라 달라보인다. 자세히 보니 그의 눈에는 수분이 잠겨 있는 듯 했다. 어둑하면서도 깊은 심연의 거울. 그것을 창조한 자는 그 누구도 아니다. 단지, 고독함 자체가 움튼 자신의 몸통을 세계로 전시한 것 뿐이다. *엽기적인 것들이 너무 많아. 사람들은 쓸데없이 가식의 향수를 온몸에 뿌려. 그러면 자신의 시체 냄새가 가려질 줄 아나봐. 근데 왠걸? 이성은 그 향수로 하여금 그의 시체 향기를 추적해내지. 가면을 벗어봐. 어서, 멍청아, 찌질아, 쓰레기야. *하루 아침에 부모를 여읜 자의 슬픔을 아시오, 그것에는 눈물이 없소. 단순히 혼령 따위의 것이 빠져나올 뿐이오.*오만이란 인간의 역사적 고질병인 것입니다. 나는 그 느낌에 도취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나를 내버려 두.. 2025. 3. 11.
들뢰즈와 생명과학의 유비성: 들뢰즈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는가? 1. 서론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철학은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사유를 넘어, 끊임없는 생성과 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의 개념들은 문학, 예술, 정치뿐만 아니라 생명과학과도 긴밀하게 접속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특히, 그의 철학에서 중심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은 ‘기관 없는 신체(Body without Organs, BwO)’, ‘주름(Fold)’, ‘잠재성(Virtuality)’, 그리고 ‘되기(Becoming)’는 생물학적 개체화 과정과 깊이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들뢰즈의 사유는 단순한 철학적 구성물인가, 아니면 생명과학적 사유와의 유비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인가? 본 논문은 들뢰즈의 철학이 생명과학적 개념들과 어떠한 구조적 유사성을 가지며, 이를 통해 그의 철학적 사유.. 2025.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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